= 25조 vs 2500억…국내10대기업 年평균매출 외국보다 열세
[동아일보 2004-12-21] - 세계는 지금 신약 전쟁
'한국시장에서 벗어나야 생존할 수 있다.'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 업체들은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만 매출을 올리는 ‘로컬 기업’에서 탈바꿈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내 상위 제약사들은 매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영세한 벤처기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제약협회가 최근 조사한 결과 국내 10대 제약기업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2조4998억 원으로 이 가운데 1647억 원을 R&D에 투자했다.
이는 2001년의 2배가 넘는 규모로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제약협회 측은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비는 세계 10대 제약기업에 비하면 여전히 영세한 규모다.
세계 10대 제약기업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25조 원으로 국내 10대 기업의 매출을 합한 액수의 10배가 넘는다.
R&D 비용 격차는 더욱 심하다. 지난해 세계 10대 기업의 평균 R&D 비용은 4조3000억 원으로 국내 상위 10개사 총액의 26배 이상이다. 국내 제약업체는 선진 기업들의 파상 공세를 일단 저렴한 가격으로 맞서고 있다.
한국 제약사들은 올해 하반기 고혈압 약과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오리지널 제품보다 20∼25% 저렴한 개량 의약품인 제네릭(Generic)을 내놓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제네릭은 특허출원 기간이 끝난 오리지널 의약품의 성분 일부를 바꾸고 약효는 똑같이 만든 복제 의약품으로 개발비용이 낮아 약값이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복제 의약품만으로 경쟁력을 지키기 어려운 것이 시장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해외 시장 진출과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수출 규모는 2000년 6억5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억3800만 달러로 증가했다. 또 중국 중동 등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기업도 해마다 늘고 있다.
LG생명과학은 올해 개발을 끝낸 항생제인 ‘팩티브’와 성장호르몬 B형 간염 치료제의 해외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미약품도 제네릭 개발 능력을 토대로 올해 유럽과 중동에서 40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릴 계획이다. 중외제약과 유한양행도 항진균제와 에이즈 치료제 원료를 일본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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