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일보를 읽고(2007. 1. 9. 화)

국민건강보험공단 류찬씨가 보낸 독자의 글(2006년 12월 29일자 29면)을 읽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류씨는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보험재정, 환자, 제약사 모두에게 좋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환자의 약값 부담 증가, 제약사의 경쟁력 약화, 건강보험의 부실화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값싸고 질좋은 의약품'이라는 비현실적인 어휘를 동원해 마치 국민과 제약산업을 위한 제도인양 선전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은 정부가 값싸고 질 좋은 약을 직접 선택하고 그렇지 못한 약은 제외시켜 환자 본인이 부담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이처럼 비싼 약 대신 싼 약을 먹게 되면 가장 먼저 보험재정이 절감되고 그 다음으로 환자부담도 조금은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고비용 고효율의 비싼약이 필요한 환자는 해당 약 접근권을 상대적으로 박탈당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제외시킨 약을 복용해온 환자는 이제부터 세 배 이상 증가한 약값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저소득층과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자에게는 분명 큰 부담이다.

의료전문인의 의약품 처방권과 선택권을 정부가 대신할 경우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먼저 의사들은 개별 환자에 맞는 최적의 처방을 내릴 수 없고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제약사는 품질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약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하고 시장보다는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데 골몰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어떤 기업인이 벤처정신을 발휘해 신약개발에 나설것이며 어떻게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겠는가.

결국 건강보험의 재정은 안정될 수 있겠지만, 보장성이 축소돼 건강보험에 대한 만족도가 급격히 하락하고 국민의 사보험 부담은 늘어날 것이다.

/장우순 한국제약협회 홍보팀장.